딸을 만나러 간다.
빌은 석유 시추공이지만 그나마도 정리해고 되면서 여러 공사현장을 전전긍긍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빌이 2주 동안 프랑스 바르세유로 향한다. 사실 빌의 딸이 룸메이트를 살인한 죄로 9년형을 받아 4년째 복역 중이기 때문이다. 2주 동안 있으면서 면회를 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면회에서 딸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변호사에게 용의자 아킴을 조사해 달라는 편지를 빌에게 건넨다. 빌은 프랑스어를 모르기에 호텔 옆방에 있던 버지니의 도움을 받아 편지 내용을 확인하고 변호사와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프랑스 내에서도 꽤나 시끄러웠던 이 사건의 변호사는 심증만으로는 진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는다. 빌은 통역 도움을 받았던 버지니의 집에 룸메이트로 지내면서 직접 아킴을 찾기로 결심한다.
딸의 무죄 주장과 진범은 누구인가에 대해 진실을 찾아가는 이방인의 모습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는 드라마 영화입니다. 하지만 "테이큰"같은 액션영화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어디까지나 소재가 범죄를 다루고 있을 뿐이고, 그것보다는 톰 메카시의 전작인 "스포트라이트"에 더 가까운 삶과 진실에 대해 진중히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Background
이 영화는 2007년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만다 녹스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간략히 요약하면, 아만다 녹스라는 시애틀 출신의 대학생이 이탈리아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룸메이트 살인범으로 지목되어 수감되었습니다. 이후 항소를 통해 살인도구인 칼에 묻어있던 아만다 녹스의 DNA가 소량이었고, 그 외에 다른 사람의 DNA도 있었음에도 아만다 녹스의 DNA만을 제출한 점등을 근거로 증거불충분이 되어 무죄를 선고받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의 경찰은 아만다 녹스를 범인으로 몰아가기도 했고, 언론기관은 자극적인 기사들을 쏟아내어 많은 지탄을 받은 사건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아만다 녹스는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려는 영화라고 불쾌함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그 사건 자체를 다루고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아만다 녹스가 불쾌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살인죄로 복역중인 앨리슨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빌 베이커의 여정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또한 늘 세계의 중심으로 사는 미국인이 이방인이 되어 느끼는 고립감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방인의 삶
이미 훌륭한 배우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 영화에서 맷데이먼의 연기는 정말 빛을 발합니다. 인생 전체가 꼬일대로 꼬여버린 미국인이 이방인이 되어 진실을 찾아가는 모습은 마지막 희망을 붙잡으려는 듯 필사적이고 절망적입니다. 그 가운데 버지니와 그의 딸 마야와의 관계를 통해 회복되어 가는 과정 등을 그 꽉 다문 입술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마션"에서 화성에서의 1인극을 펼친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여러 인물들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혼자인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건설인부처럼 보이기 위해 몸집도 키우고 노동자의 말투까지 구사하여 전형적인 미국의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히 미국인인 빌이 프랑스에 갔을 때 더욱더 이방인으로 부각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톰 매카시 감독은 잘 알다시피 "스포트라이트"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감독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그가 얼마나 훌륭한 스토리 텔러인지를 다시 한 번 입증했습니다. 러닝타임 내내 잔잔히 흘러가는 내러티브 안에서도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고 여러 가지 의미로서의 이방인이었던 빌 베이커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영화는 언제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씨네마"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삶 전체가 엉망진창인 빌 베이커의 여정을 통해 '어쩌면 우리 모두는 삶에 있어서 이방인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진실을 찾는 것이 삶의 희망의 전부였던 아버지가 진실을 마주했을 때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삶을 돌이켜 볼 수밖에 없게 됩니다.
2023년 1월 현재, 넷플릭스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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